젠틀레인 Gentle Rain <Second Rain> 라이너 노트 최고관리자 2008-06-06 1,390
Liner Note

                                                    젠틀레인 Gentle Rain <Second Rain>

비가 온다. 봄에는 온 세상을 싱그러운 녹색으로 색칠하는 봄비가 내리고, 여름이 되면 뜨거운 아스팔트를 적셔주는 시원한 소낙비가 쏟아지고, 가을에는 창가에 앉아 상념에 잠기게 하는 가을비가 내린다. 젠틀레인의 데뷔 앨범 <Into The Gentle Rain>을 들으면서 이 모든 감정이 되살아났고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비’ 같은 음악이라는 생각을 했다. 젠틀레인이 <Into The Gentle Rain>으로 재즈신에 등장한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편안하고 감미로운 멜로디를 들려주는 피아노 트리오를 선보임과 동시에 선곡과 연주 방식 등에서도 기름기를 빼고 자연스럽게 연주하는 젠틀레인 특유의 음악은 재즈팬뿐 아니라 재즈감상을 시작하는 초보자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으며, 앨범 역시 그 해 가장 많이 판매된 국내 재즈앨범으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2집이 지금에야 나오게 되었다. 두번째 젠틀레인(Second Rain)의 주인공들은 리더이자 드럼을 연주하는 서덕원, 피아노에 송지훈, 그리고 베이스에 이원술이다. 서덕원은 오랜 기간 이정식 퀄텟에서 연주를 하며 간판급 드러머로 성장했는데 양준호, 원영조, 정성조, 신관웅, 이영경 등 그가 거치지 않은 밴드가 없을 정도이다. 대중가요와 월드뮤직 팀과도 작업을 하면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연주 활동과 더불어 수원여대, 백제예술대, 서해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송지훈은 재즈아카데미 출신으로 최선배 퀄텟을 거쳐 자신의 트리오를 이끌다 젠틀레인에 가세하였다. 특히 다양한 대중음악 레코딩 세션은 그의 감각적인 피아노 선율에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이 된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 젠틀레인에 새로이 합류한 베이스 주자 이원술은 뉴욕 주립대 출신으로 귀국 후 정재열 재즈 트리오, 벤 볼 재즈 퀄텟 등에서 연주해 왔으며 백제예술대 교수를 겸하고 있다.

새로운 앨범을 발표한 재즈 연주자에게 전작과 느낌이 ‘그대로이다’라는 말은 긍정적인 평가가 아닐 수도 있다. 치열한 즉흥연주의 세계, 멤버들과 밀고 당기면서 보여주어야 하는 인터플레이가 재즈 연주의 핵심이고 감상자는 그런 긴장상태를 듣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앨범을 발표할 때는 이전 앨범들과 다른 면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의도적으로라도 색깔을 달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젠틀레인은 1집의 정서를 그대로 살리는 컨셉으로 2집 <Second Rain>을 녹음하였다. 재즈 명인 중에 에디 히긴스 같은 경우에는 수십 년을 스탠더드 연주에만 몰입하고 있는 것처럼 젠틀레인도 지금과 같은 컨셉으로 젠틀레인만의 컬러를 이어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1집은 피아노 트리오를 기본으로 다양한 악기들이 더해진 편성을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는 노래곡 한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피아노 트리오 편성을 견지하고 있다. 젠틀레인만의 컬러를 확실히 잡아 나가는 것 같아 긍정적인 모습이라 본다.
 
수록곡들은 스탠더드와 창작곡이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1집에서 ‘After The Gentle Rain’ 등 감성적인 작곡으로 젠틀레인의 서정미를 극대화 시킨 서덕원이 2집에서도 멋진 곡을 만들고 있다. 앨범 타이틀인 ‘Second Rain’은 보사노바 리듬으로 가볍게 연주된다. 한바탕 비가 뿌린 후 흠뻑 젖은 아스팔트를 다시 적셔주는 젠틀레인의 두 번째 비가 리드미컬하다. 송지훈의 피아노는 무척 감미롭고 이원술의 베이스 솔로는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다. 송지훈이 만든 ‘Time To Remember’는 젠틀레인의 서정성을 대표하는 곡으로 시간에 묻어있는 여러 추억들을 기억하게 만드는 매력 있는 곡으로, 장대 같은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철에 이곡을 듣는다면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정갈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같다. ‘Just The Way You Are’는 빌리 조엘의 대표곡으로 보컬은 최근 ‘윈터플레이’에서 멋진 노래를 들려주고 있는 문혜원이 맡아 주고 있다. 멋진 중저음을 가지고 있는 문혜원과 잘 어울리는 곡이다. 다음 곡 ‘Happy Beanth Day’는 2007년에 태어난 자신의 아들을 위해 송지훈이 만든 곡으로 엘가의 ‘사랑의 인사’의 멜로디를 변용해서 연주하고 있다.
 
‘Beauty Sleep’은 ‘초저녁의 단잠’이라는 뜻으로 서덕원이 만든 재즈 왈츠곡이다. 왈츠는 우아한 춤곡이지만 재즈 풍으로 느리게 연주되면 무척 나른하게 들리기도 하는 묘한 매력이 있기도 하다. 중반부 부터는 에릭 샤티(Eric Satie)의 ‘짐노페디(Gymnopedie)’가 연상되기도 한다. ‘귀여운 꼬마’는 미국 전통 민요로 “귀여운 꼬마가 닭장에 가서 암탉을 잡으려다 놓쳤다네”라는 노랫말로 어릴 때 많이 부르던 동요이다. 흥겨운 삼바리듬으로 곡의 분위기를 살려 연주되며 서덕원의 다양한 타악기 연주를 만날 수 있다.

‘Sunshine On My Shoulders’는 젠틀레인 1집의 ‘Even The Nights Are Better’와 앞서 들은 ‘Just The Way You Are’에 이어지는 팝 넘버 시리즈로 미국의 대표적인 포크 & 컨트리 스타 존 덴버의 히트곡이다. 1974년 빌보드 1위 곡으로 “어깨 위로 비추는 햇살은 나를 행복하게 하네”라는 가사처럼 존 덴버의 음악은 사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한다. 젠틀레인을 처음 만났을 때 송지훈이라는 피아니스트를 알게 되었고 그의 화사한 멜로디와 연주에 무척 놀랐다. 기존의 한국 재즈신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스타일을 가진 연주자로, 특히 멜로디 메이커로서 그의 창작열은 놀라웠다. 송지훈의 곡인 ‘Contradiction’은 ‘모순(矛盾)’이라는 뜻으로 인트로 후 몇 차례 분위기를 급작스럽게 바꿔가며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데 앨범 중 가장 인상적인 곡이다. 이어 ‘Feels So Good’의 주인공 척 맨지오니가 O.S.T.를 담당하고 안소니 퀸이 주연을 맡아 유명한 영화 <산체스의 아이들, Children Of Sanchez>의 삽입곡 ‘Consuelo’s Love Theme’를 만날 수 있다. 여주인공인 꼰수엘라의 러브 테마다.
 
음악에 심취하다 보니 <Second Rain>도 종반으로 치닫는다. 흔히 메일이나 편지 마지막에 사용하는 인사말인 ‘Best Wishes’를 듣다보면 젠틀레인이 우리에게 “힘내세요, 행운을 빕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Cavatina’는 영화 <디어 헌터, The Deer Hunter>에 삽입되었던 곡으로 존 윌리엄스의 기타 연주로 유명한 곡을 젠틀레인은 미디움 왈츠리듬으로 원곡의 이미지를 잘 살려 연주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의 상처를 리얼하게 담은 영화로 감미로운 멜로디가 당시의 처참한 시대상을 초연(悄然)하게 들려주고 있다.

젠틀레인(Gentle Rain)은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 루이즈 본파(Luiz Bonfa)가 만든 곡으로 1966년의 영화 <Gentle Rain>의 주제곡으로 알려진 후 보사노바의 대표곡으로 많은 재즈 연주자들이 즐겨 연주하는 곡이다. 감미로운 멜로디와 보사노바 리듬이 만나 한 때는 앨범에 ‘Gentle Rain’이 실려 있으면 무조건 구입해 들었던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 젠틀레인은 ‘Gentle Rain’을 연주하고 있지 않다. 3집에서는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광현 / 월간 재즈피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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